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요산(鷂山)에 계실 적에 따르는 대중 비구들이 1,250명이었다. 당시 마갈왕(摩竭王) 아사세(阿闍世)는 월지국(越祇國)과 서로 좋지 않은 사이였다. 하루는 여러 신하들과 의논하여 말하였다. “월지국이, 나라가 부강하고 백성이 많으며 땅이 기름지고 들에는 풍년이 들며 진기한 보물이 많이 나는 것을 믿고 나에게 굴복하지 않으니, 마땅히 가서 정복하고야 말리라.” 그 나라에는 우사(雨舍)라는 어진 대신(大臣)이 있었는데, 바라문[梵志] 종족이었다. 왕은 그를 사신으로 명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공경하여 여쭙기를 “기거가 편안하시고 기력이 강건하시며 덕화(德化)가 날로 높으십니까?” 하고 문안을 올린 뒤에 “아사세왕이 월지국과 뜻이 맞지 않으므로 여러 신하들과 의논하고 나서 정벌하려고 하오니, 바라옵건대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듣고자 합니다”고 하도록 분부하였다. 대신은 명을 받고 바로 수레 5백 승(乘)에 기마(騎馬) 2천 마리와 걷는 이 2천 명을 거느리고 요산으로 갔는데, 좁은 길목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나아가 부처님을 뵙고 기뻐하며 공손하고 정중한 기색으로 몸을 굽혀 예배하고 나서 무릎을 땅에 대어 장궤(長跪)하고 여쭈었다. “마갈국의 아사세왕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며 공경히 안부를 묻게 하시기를 ‘기거가 편안하시고 기력이 건강하시며 덕화가 날로 드높으십니까?’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매우 좋구나. 임금과 온 백성과 그리고 그대도 다 편안한가?” 우사는 또 아뢰었다. “왕이 월지국과 뜻이 맞지 않아 여러 신하들과 의논하고, ‘저들이 나라가 부유하고 백성이 많으며 땅이 기름지고 들에는 풍년 들며 진기한 보물이 많이 나는 것을 믿고 저에게 굴복하지 않으므로 가서 정벌하려고 하오니, 원하옵건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자 합니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대신에게 말하였다. “내가 일찍이 월지국에 있을 적에 어떤 조용한 신사(神舍)에 머물면서 그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근엄(謹嚴)한 것을 보았다. 나는 그때에 그들을 위하여 나라를 다스림에 일곱 가지 법의 위태롭지 않은 도를 말했느니라. 만일 그것을 실행한다면 날로 흥성할지언정 쇠약해지지는 않으리라.” 우사는 합장하고서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그 일곱 가지 법을 듣고자 합니다. 어떻게 시행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우사가 대답하였다. “가르치심을 받겠습니다.” 그때에 현자(賢者) 아난이 부처님 뒤에 서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자주 모여 정사(政事)를 강론하고 닦아서 방비하여 스스로 지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그들이 자주 모여 정사를 강론하고 닦아 방비하여 스스로 지킨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러면 저들은 쇠약하지 않느니라. 또 너는 월지국 임금과 신하가 늘 화합하고 책임맡은 이가 충성스럽고 어질며 서로 도와준다는 말을 들었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그 임금과 신하가 늘 화합하고 책임맡은 이가 충성스럽고 어질며 서로 돕는다고 들었습니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법을 받들어 서로 따르며 남의 것을 갖지 않고 욕심을 내지 않으며 허물이 별로 없다는 말을 들었느냐?” “예, 그 법을 받들어 서로 따르며 남의 것을 갖지 않고 욕심을 내지 않으며 허물이 별로 있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예의와 교화로 삼가고 공경하여 남녀가 분별이 있고 어른과 아이가 질서가 있다는 말을 들었느냐?” “예, 예의와 교화로 삼가고 공경하여 남녀가 분별이 있고 어른과 아이가 질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이나 어른들께 공손하며 교훈을 받아 안다는 말을 들었느냐?” “예,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이나 어른들께 공손하며 교훈을 받아 안다고 들었습니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하늘을 섬기고 땅을 법칙으로 삼으며 귀신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네 때[時]를 공경히 따른다는 말을 들었느냐?” “예, 하늘을 섬기고 땅을 법칙으로 삼으며 귀신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네 때를 공경히 따른다고 들었습니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도덕을 높이 받들고 나라에 사문(沙門)과 응진(應眞)과 사방에서 오는 이가 있으면 의복․음식․침상[臥床]․의약 등으로 공양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예, 도덕을 높이 받들고 나라에 사문과 응진과 사방에서 오는 이가 있으면 의복․음식․침상․의약으로 공양한다고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우사에게 말씀하셨다. “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이 일곱 가지 법을 실행하면, 가히 위태롭게 하기 어려우니라.” 우사가 대답하였다. “월지국 사람이 이 일곱 가지 가운데 하나만을 지닐지라도 오히려 공격하지 못할 터인데 하물며 일곱 가지를 다 지킨다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나라 일이 많으므로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시기를 알아서 해라.” 그는 곧 일어나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떠났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요산(?山)에서 수행하는 비구들을 다 불러 강당에 모으라고 명하셨다. 아난은 분부대로 곧 청하였으므로 다 모여와서 절을 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내가 하는 말을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행하여라.” 비구들은 모두 대답하였다.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에게 일곱 가지 가르침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어떤 것이 일곱 가지 가르침인가? 첫째는 자주 모여 경전의 도리를 강론하며 외우되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화합하고 순종하여 충성스럽고 바르게 서로 가르치며 돕는 것이며, 셋째는 남의 것을 가지거나 원하지 않고 오직 산천[山澤]을 좋아하는 것이고, 넷째는 음욕을 끊고 어른과 아이가 순서가 있어 서로 예의로 섬기는 것이며, 다섯째는 자애와 효도로 스승과 어른[師長]을 이어 섬기며 교훈과 가르침을 받아 아는 것이고, 여섯째는 법을 받들어 경(經)과 계율을 공경하고 경외하며 범행(梵行)을 닦는 것이며, 일곱째는 도를 준행하고 성중(聖衆)을 공양하고 어린이를 타일러 알게 하며 와서 배우려는 이를 받아 의복․음식․와상(臥牀)․의약을 주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또 비구가 일곱 가지 지키는 것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하여 행하여라. 첫째는 청정함을 지키어 유위법(有爲法)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욕심 없는 것을 지키어 이양(利養)을 탐내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인욕(忍辱)을 지키어 다투고 소송하는 일이 없는 것이고, 넷째는 공행(空行)을 지키어 여러 무리들 모임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법의(法意)를 지키어 뭇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일심(一心)을 지키어 좌선하여 마음을 안정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검박하고 절약함을 지키어 옷과 밥이 거칠며 풀자리로 침상을 삼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또 비구에게 일곱 가지 공경함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하여 행하여라. 첫째는 부처님을 공경하는 것이니 착한 마음으로 예로써 섬기고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고, 둘째는 법을 공경하는 것이니 뜻을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道意]에 두어 다른 곳에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승가[衆]를 공경하는 것이니 의지하여 가르침을 받고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고, 넷째는 배움[學]을 공경하는 것이니 계 지니는 이를 섬기고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며, 다섯째는 듣는 것을 공경하는 것이니 법을 강의하고 가르치는 이를 섬기고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고, 여섯째는 깨끗하여 욕심 없는 이를 공경하여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며, 일곱째는 정(定)을 공경하는 것이니 좌선하여 선정하는 이를 섬기고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또 비구들에게 일곱 가지 재물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하여 행하여라. 첫째는 믿음이 있어서 바른 법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고, 둘째는 계행이 있어서 삼가고 보호하여 범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서 스스로 허물을 뉘우쳐 고치는 것이고, 넷째는 남의 잘못을 보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서 말한 대로 행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많이 듣고 외우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지혜롭고 깊은 행이 미묘한 것이며, 일곱째는 법을 보시하되 답례의 보수를 바라지 않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또 비구들에게 일곱 가지 각의(覺意)가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하여 행하여라. 첫째는 지념각(志念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고요히 하는 것이고, 둘째는 법해각(法解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며, 셋째는 정진각(精進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고, 넷째는 애희각(愛喜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며, 다섯째는 일향각(一向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고, 여섯째는 정각(定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며, 일곱째는 행호각(行護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또 비구들에게 일곱 가지 아는 것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해 행할지니라. 첫째는 법을 아는 것이니 부처님의 12부경(部經)을 자세히 받아 가지고 외우고 강론하는 것이고, 둘째는 뜻을 아는 것이니 모든 법의 지혜를 구하여 널리 그 요점을 아는 것이며, 셋째는 때를 아는 것이니 외우는 것, 걸어다니는 것, 좌선하는 것, 눕는 것의 그 적당한 때를 잃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스스로 깨달은 것이니 들어가는 바, 법행(法行)의 많고 적고 깊고 얕음과 성숙하고 생소함을 알아서 날로 승진(勝進)하기를 뜻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절제할 줄 아는 것이니 아름답고 묘한 것을 탐내지 않고 몸에 맞도록 음식을 절제하여 병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여섯째는 대중의 처소를 잘 아는 것이니, 비구들이나 범지(梵志)․성인(聖人)․군자(君子) 그리고 사민(士民)들 가운데 들어가서는 공경하고 머무르고 앉고 침묵하고 말하는 것 따위를 분별해 알아야 하는 것이고, 일곱째는 사람을 아는 것이니 그 성질을 살펴서 뜻을 따라 권하고 인도하여 성인의 법화(法化)를 알게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또 비구가 일곱 가지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해 하여라. 첫째는 경전의 도(道)를 생각하되 마땅히 사람의 부모를 생각하듯 하라. 부모가 자식을 낳아 은혜가 한 세상에 한정되지만 오직 법은 사람의 무수한 세상에 이르며 사람의 나고 죽음을 제도하느니라. 둘째는 인생살이가 고통 아닌 것이 없는 줄을 생각하는 것이니 처자와 권속의 소유를 걱정하며 죽어서 제각기 이별해 흩어지면 떨어지는 바를 알지 못하나니 마치 몸에 죄가 있더라도 어버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것 같으니라. 이렇게 항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여 마땅히 도를 행하기를 생각하는 것이고, 셋째는 정진(精進)하기를 생각하는 것이니 몸․입․뜻을 단정히 하면 도를 이루기 어렵지 않으며, 넷째는 겸허(謙虛)하기를 생각하는 것이니 교만하고 잘난 체하지 말고 명철한 분을 섬기고 듣지 못한 이를 가련히 여기어 가르치는 것이고, 다섯째는 마음 조복 받기를 생각하는 것이니 6정(情)을 치달리지 말고 음란하고 성내며 어리석은 태도를 억제하여 삿된 행이 없게 하는 것이며, 여섯째는 몸이란 냄새나고 더러운 것과 풍(風)․한(寒)․열(熱)의 피를 담은 것이라 탐낼 것이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고, 일곱째는 스스로 관찰하되 사람의 몸이 마치 썩은 흙[糞土]과 같다고 여겨 날마다 죽어감을 생각하는 것이니, 하늘과 땅이 생기고 사람이 있은 뒤로 죽지 않은 이가 없으므로, 세상이란 꿈과 같으며 기쁘고 사랑하는 것이 변화하는 줄을 알지 못하나, 깨닫고 나면 공(空)한 것이라 꼭두각시[幻]인 줄 알아서 스스로 속지 않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또 비구에게 여섯 가지의 중요한 법이 있으니 마땅히 잘 생각해 행하면 법이 오래가리라. 첫째는 몸을 닦는 것이니 자비한 마음을 내어 성인의 도를 닦는 청정한 이들을 의지하여 이 무거운 책임을 행하되, 화합하고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함께 배우는 이에게 베풀어서 취하거나 다툼이 없고, 같이 불도 수행[行道] 지키기를 힘쓰는 것이고, 둘째는 입을 닦는 것이니 착한 행동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며, 셋째는 마음을 닦는 것이니 착한 행동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고, 넷째는 온갖 것을 법을 위하여 제한하는 것이니 옷과 음식을 얻거든 발우 이외는 끝내 애착하고 갖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계를 지녀 범하지 않는 것이니, 형식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만일 정견(正見)으로 뛰어나려거든 도(道)를 받고 괴로움이 다하여 지견(知見)이 도탈(度脫)함을 요(要)할지니라. 이러한 무거운 책임을 수행하여 다 성인의 도를 행하는 깨끗한 마음으로 화합하고 사랑하고 공경하며, 동도(同道)에 베풀어서 취함이 없고 다툼이 없고 서로 건립(建立)하여 같이 도행(道行)을 지키는 것이니라. 또 비구는 마땅히 온갖 꿈틀거리고 움직이는 것들을 불쌍히 여겨 서캐[蟣]와 이[蝨]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더할 것이요, 사람이 죽는 것을 으레 슬퍼할 것이지만 그가 사람이 되어서 만일 도법을 듣지 못하였다면 집안의 사람이 울고 부르짖는다 해도 죽은 이의 넋이 가는 곳을 알지 못하고 오직 도를 얻은 이만이 아느니라. 부처가 이것을 위하여 경법을 펴서 베풀었으니 경을 배우지 않아서는 안 되며 도를 행하지 않아서도 안 되느니라. 세상에는 도가 많지만 왕도(王道)가 큰 것처럼, 불도도 이와 마찬가지로 제일 위가 되느니라. 비유하건대 수십 명이 활을 쏠 때에 먼저 맞춘 이도 있으며 뒤에 맞춘 이도 있지만 결국 그치지 않고 오래 쏘면 마침내 과녁을 맞히게 되느니라. 또 땅 위에 흐르는 여러 갈래의 물이 쉬지 않으면 마침내 바다로 돌아가는 것처럼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도 닦기를 그치지 않으면 마침내 해탈을 얻게 되느니라. 불법의 가르침을 서로 이어받아서 부처님의 말을 외워 지니고 항상 쓰고 자주 일깨우며,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4배(輩) 제자들이 서로 가르치면 이러한 나의 가르침이 오래 머무르리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시어 함께 파련불읍(巴連弗邑)으로 가시기로 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고 바로 그렇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옷과 발우를 챙겨 가지고 왕사성(王舍城)을 지나가시는 도중에 왕원(王園)에 쉬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두 듣거라. 도를 닦는 이는 마땅히 4제(諦)를 알아야 하느니라. 범부들이 알지 못하므로 길이 먼 길에 달아나서 태어나고 죽음에 굴러다니며 쉬지 않고 그치는 때가 없느니라. 내가 너희들에게 이 뜻을 말하겠노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고(苦)가 괴로움인 줄 아나니 이것을 진제(眞諦)라 하고, 둘째는 고(苦)는 습(習)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니 이것을 진제라 하며, 셋째는 고와 습이 없어져 다한 것이니 이것을 진제라 하며, 넷째는 고와 습이 다하여 도(道)를 받는 것이니 이것을 진제라 이르느니라. 저 고(苦)에 지혜롭지 못하고 알지 못하므로 길이 먼 길에 달아나서 나고 죽음이 쉬지 않느니라. 마땅히 이것이 고제(苦諦)인 줄 알지니, 고라는 것은 나는 괴로움․늙는 괴로움․병드는 괴로움․죽는 괴로움․근심과 슬픔과 번민의 괴로움․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구하는 것이 얻어지지 않는 괴로움 등이니라. 요컨대 5음(陰)으로 된 이 몸이 모두 고통뿐이니라. 이미 이것이 고인 줄 알고 애욕의 습성을 끊으면 이것을 말하여 눈을 얻었다 하나니 금생을 마치고는 뒤에 다시 고가 있지 않으리라. 습(習)으로 말미암는다 한 것은 애욕을 좇아 생기는 것이니 고와 습을 모두 끝내고 도제(道諦)를 받들어 눈을 얻어 증득하면 이 생을 마치고 뒤에 다시 태어나지 않느니라. 이미 진제(眞諦)를 보아 도의 눈[道眼]을 얻은 이는 다시 나고 죽음이 없이 영영 끊어지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또 마땅히 도(道)는 여덟 가지의 행을 얻어야 되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그 여덟 가지라 함은 첫째는 마음을 다하여 부처의 경법(經法)을 받는 것이요, 둘째는 애욕을 버리고 세상과 다툼이 없는 것이요, 셋째는 살생․도둑질․음행 따위를 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속이고 참소하고 아첨하며 나쁜 말로 꾸짖는 짓을 하지 않는 것이요, 다섯째는 질투하고 탐욕 내고 불신(不信)하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항상 하지 않음[非常:무상]․고(苦)․공(空)․자신이 아님[非我:무아]을 생각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몸의 냄새나고 더럽고 깨끗하지 않음을 생각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몸을 탐내지 않고 마땅히 흙에 돌아갈 것이라고 아는 것이니라. 지나간 세상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다 이 4제를 알았고, 앞으로 오시는 모든 부처님들도 또 이 4제를 볼 것이니라. 세속의 은혜와 사랑을 탐하고 사모하거나 또 세간의 영화와 명예와 오래 살기를 원하는 이는 마침내 세상을 벗어나는 도[度世之道]를 얻지 못하느니라. 도는 마음으로부터 생기나니, 마음이 깨끗한 이라야 도를 얻느니라. 그 마음을 단정히 하여 5계(戒)를 범하지 않으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느니라. 그 다음은 도를 믿는 것이니 경법 배우기를 좋아하면 뒤에 사람이 되느니라. 만일 지옥․아귀․축생의 길을 끊으려 하거든 마땅히 일심(一心)으로 경과 계율을 받들어 행할지니라. 이제 부처가 세상을 위하여 나고 죽는 데서 해탈하게 하려고 바른 도를 열어 보였나니 배우고자 하는 이는 마땅히 자세히 생각하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현자 아난과 함께 파련불(巴連弗)에 이르러 성 밖 신수(神樹) 아래 머무르셨다. 여러 바라문과 거사들이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오셨다는 말을 듣고 모두 성 밖에 나와 부처님을 뵙고 공양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자리를 가진 이, 앉을 방석을 가진 이, 물과 장을 가진 이, 등잔을 든 이들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예배하고 나서 한쪽에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바라문과 거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세간에 있으면서 함부로 탐욕하기를 좋아하는 이는 다섯 가지 소모되는 현상이 있으니, 첫째는, 스스로 방자하므로 재산이 날로 줄어들고, 둘째는 스스로 방자하므로 몸을 위태롭게 하고 도를 잃으며, 셋째는 스스로 방자하므로 뭇 사람이 공경하지 않고 죽을 때 이르러 뉘우치고, 넷째는 스스로 방자하므로 추한 이름과 나쁜 소문이 천하에 널리 퍼지며, 다섯째는 스스로 방자하므로 죽은 뒤에 혼신(魂神)이 3악도에 떨어지느니라. 또 사람이 마음을 조복 받아 방자하지 않게 하면 다섯 가지의 덕이 있으니, 첫째는 스스로 검소하고 절약하여 재산이 날로 늘어나고, 둘째는 스스로 검소하고 절약하여 도의 뜻에 가깝게 되며, 셋째는 스스로 검소하고 절약하여 뭇 사람이 우러러 공경하고 죽을 때도 뉘우침이 없고, 넷째는 스스로 검소하고 절약하여 훌륭한 이름과 칭찬이 천하에 널리 퍼지며, 다섯째는 스스로 검소하고 절약하여 죽은 뒤에 몸이 천상에 나 복된 곳에 태어나는 것이니라. 사람이 방자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다섯 가지 좋은 일이 있으니 마땅히 너희들은 생각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사람을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모두 부처님 앞에 나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세 번 돌고 나서 물러갔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일어나시어 아위(阿衛) 마을에 가셔서 한 나무 아래 앉아 신통한 도의 눈으로써 위의 여러 하늘이 선신을 시켜 이 땅을 수호하는 것을 보셨다. 현자 아난은 조용히 앉았다가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한쪽에 물러가 섰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이 파련불(巴連弗)의 성곽을 계획하여 조성하였느냐?” “그것은 마갈타국 대신 우사(雨舍)가 쌓은 것입니다. 그것은 월지국을 막으려는 뜻으로 조성한 것이라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우사의 현명함이여, 그 도모함이여. 내가 도리천의 모든 선신들이 묘한 하늘에서 함께 이 땅을 수호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토지든지 천신의 보호를 받게 되면 반드시 편안하게 되고 또 귀하게 되느니라. 또 이 땅은 하늘 가운데 가까우며, 이 땅을 맡은 신의 이름은 인의(人意)이다. 인의가 수호하는 곳은 그 나라가 오랫동안 더욱 번영하리니 반드시 성현․인자․지자․호걸 등이 많이 날 것이며, 다른 나라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또 무너뜨릴 수 없느니라. 이 성이 오래오래 가다가 무너지려 할 때에는 마땅히 세 가지 일로 말미암을 것이니, 첫째는 큰불이요, 둘째는 큰물이요, 셋째는 성안 사람이 바깥사람과 공모하고 이 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니라.” 이때에 우사 대신이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들과 함께 이곳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곧 왕의 위엄으로 장엄한 수레 5백 승(乘)을 타고 성에서 나와 부처님을 뵙고 공양하고자 하였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려 걸어와서 부처님을 뵙고 기뻐하면서 공손한 태도로 조심스럽게 절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우사는 기뻐하여 자리에서 물러나 말하였다. “변변치 못하나마 공양을 베풀고자 하오니 여러 제자들과 함께 위신(威神)을 거두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허락하셨다. 대신 우사는 공손히 절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나서 자기 처소에 가서 밤새도록 좋은 음식을 만들고 집을 꾸미며 평상과 자리를 시설하고 일찍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공양이 이미 준비되었으니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가사와 발우를 챙겨 가지고 여러 제자들과 함께 그 집에 이르시어 높은 자리에 나가 앉으셨다. 우사는 손수 진지를 돌리며 발우를 받들고 장을 나르며 손 씻을 물을 돌리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베푼 복으로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 이 국토와 백성 그리고 모든 천인들이 길이 편안하도록 축원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치시고 축원하셨다. “부처는 그대를 도와 기뻐하노라. 천인(天人)을 위하여 공양하며 백성을 인도하여 부처와 비구승에게 공양하고 정법을 찬양하며 지혜의 말을 받아 가지며 경과 계율을 받들어 행하라. 모두 이것을 축원하노라. 공경할 데 공경할 줄 알고, 섬길 데는 섬길 줄을 알며, 널리 베풀고 사랑하며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으면, 너는 언제나 복덕과 이익을 얻으며 바른 도를 보게 되리라.” 우사 대신은 크게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가 이 세상에 비록 관직의 얽매임이 있으나 이 복으로 인하여 뒤에는 반드시 해탈하게 되리라. 만일 어떤 사람이 부처나 참답게 계를 지닌 이에게 공양하면 사문(沙門)이 축원해 주리니 끝내 헛되지 않으리라. 또 마땅히 알아라. 만일 벼슬하고자 하거나 또는 직위(職位)에 있고자 하는 이는 탐심(貪心)을 내지 말며, 사치스런 생각․교만한 마음․포악한 마음․쾌락한 마음을 지니지 말 것이니라. 이 다섯 가지의 마음을 버리면 뒤에 허물과 뉘우침이 없으며 죽어서도 하늘에 태어나고 악도에 떨어지는 죄를 면하리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시어 동쪽 성문으로 나가셨다. 우사는 따라나와 전송하면서 말하였다. “이 문 이름을 구담문(瞿曇門)이라고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나루를 건너시니 또 따라와서 이것도 구담 나루[瞿曇津]라고 이름하였다. 이때에 마침 사람들이 배를 타고 건넜는데 작은 배를 탄 이도 있었으며, 혹은 대나무로 엮은 뗏목을 탔고, 혹은 뗏목을 타는 등 건너는 이가 매우 많았다. 부처님께서는 앉아서 선정에 드시고 생각하셨다. ‘지나간 옛적에 아직 부처가 되지 않았을 때에 이곳에 올 때마다 뗏목과 배를 탄 것을 다 헤아릴 수 없노라. 이제는 해탈을 하였으니 이것을 타지 않으리라. 또 나의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이것을 여의게 하리라.’ 그리고는 선정에서 깨어나 게송을 읊으셨다.
바다의 길잡이 부처 사공은 법의 다리로 나루를 건넜네. 대승도(大乘道)의 모든 경전으로 온갖 하늘과 사람 건네 주니라.
스스로 해탈을 얻어 가지고 언덕 건너서 신선 되니 모든 제자들의 얽매임 풀어 깨달음의 경지[泥洹]에 이르게 하리.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함께 구리읍(拘利邑)으로 가자고 말씀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고 그대로 하여 그곳에 이르러 나무 아래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두 듣거라. 마땅히 깨끗한 계를 지니고 정을 생각하고 지혜의 행을 알아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실행하면 선(禪)의 이름이 널리 퍼지고, 또 음욕․성냄․어리석음의 허물을 여의게 되리라. 이런 것을 일러서 바로 세속을 벗어났다[正度欲疾]고 하느니라. 이것을 힘써 스스로 벗어나고자 한다면 이 생이 다하도록 힘쓰고, 청정행(淸淨行)에 들어가서 마땅히 할 것을 힘쓰며, 착한 성품을 가지고 일심(一心)으로 알며, 세상과 다투지 말라. 이미 세상일을 알았거든 마땅히 스스로 몸을 걱정하고 고요히 머무르며 안으로 생각하라. 마음이 곧 밝아져 세 가지 허물이 이미 없어지고 문득 도를 얻으며 마음이 다시 분주히 일어나지 않고 또 집착하는 것이 없으리라. 비유하면 마치 국왕이 만 백성의 주인이 되는 것처럼 비구도 만 가지가 모두 마음이 주인이 되는 줄 스스로 생각하여라.”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함께 희예읍(喜豫邑)에 가셔서 강가의 건기(揵祇) 나무 아래에 머무르셨다. 모든 제자가 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나서 깨끗이 씻고 돌아와 부처님께 절을 하고 아뢰었다. “이 나라에 전염병이 돌고 있어서 죽는 이가 많다는 것을 아침에 같이 들었습니다. 청신사(淸信士) 중에서 현담(玄黮)․시선(時仙)․초동(初動)․혹진(或震)․숙량(叔良)․쾌현(快賢)․백종(伯宗)․겸독(兼篤)․덕칭(德稱)․정고(淨高) 등 열 사람이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몸을 잃고 어느 곳에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열 사람은 이미 자연히 혼신(魂神)이 끊어져 18천상(天上)에 태어나서 돌아오지 않는 자리[不還地]에 이르렀으니, 다시 이 세간법(世間法)을 받아 아래 세상에 태어나지 않으리라. 또 이 나라에 죽은 이가 그뿐이 아니니라. 내가 천안(天眼)으로 보니 5백 청신사가 모두 난제(難提) 등과 같이 세 가지 번뇌[垢]를 여의고 5도(道)에 나고 죽음을 끊고 다 돌아오지 않는 자리에 나서 거기서 열반[泥洹]을 얻으리라. 또 3백 청신사가 있어서 이미 세 가지 번뇌[三結]를 끊어 음욕․성냄․어리석음이 없고 자주 오는 자리[頻來地]에 올라갔으므로 뒤에 와서 인간에 태어나서 마땅히 고(苦)의 끝까지를 보게 되리라. 다시 5백 청신녀(淸信女)가 있어서 모두 네 가지 기쁨을 얻고 세 가지 번뇌[結]가 다하여 예류[溝港]를 얻어 3악도를 여의고 천상과 인간에 태어났으니 일곱 세상을 지나지 않고도 마땅히 응진(應眞)을 얻으리라.” 이에 부처님께서는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저들의 죽음을 말하는 것은 나를 어지럽히게 하는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부처가 되었기 때문에 다시 이것을 받지 않으니, 또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 미묘(微妙)하기도 하구나. 나고 죽음은 때가 있느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출현하시니 비록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하나 불법(佛法)의 정(情)이 아니니라. 어찌 여래법(如來法)의 정이 이미 끊어졌겠는가? 깨닫지 않은 것이 없으며 벌써 이 생을 마쳤다는 것을 지금 분명히 말하노라. 이른바 묘(妙)하다는 것은 이것이 있으므로 이것을 얻고, 이것이 없으므로 이것을 얻지 못하며 이것이 일어나므로 이것이 나게 되니, 이것이 멸한다는 것은 곧 모두 멸한다는 것이니라. 왜 그런가 하면 욕구(欲求)가 있으므로 불명(不明:무명)이 되고, 불명으로 인하여 행(行)이 있으며, 지어감으로 인하여 식(識)이 있고, 식으로 인하여 명색(名色)이 있으며, 명색으로 인하여 6입(入)이 있고, 6입으로 인하여 즐거움[更樂]이 있으며, 즐거움으로 인하여 고통[痛]이 있고, 고통으로 인하여 애욕[愛]이 있으며, 애욕으로 인하여 수(受)가 있고, 수로 인하여 유(有)가 있으며, 유로 인하여 생(生)이 있고, 태어남으로 인하여 늙고 죽음과 근심․슬픔․괴로움․번민 따위가 있느니라. 이것이 괴로움의 습성이 구족하게 되므로 나고 죽음의 근본이 있게 되니 도는 것이 마치 수레바퀴와 같아서 쉬지 않고 행하느니라. 어리석음과 무명 때문에 나고 죽음이 있으니 가령 무명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고, 욕심이 없어지면 지어감이 없어지고, 지어감이 없어지면 의식이 없어지며, 의식이 없어지면 명색이 없어지고, 이름과 물질이 없어지면 여섯 감관이 없어지고, 여섯 감관이 없어지면 즐거움이 없어지고, 즐거움이 없어지면 고통이 없어지고, 고통이 없어지면 애욕이 없어지고, 애욕이 없어지면 느낌이 없어지고, 느낌이 없어지면 존재가 없어지고, 존재가 없어지면 태어남이 없어지고, 태어남이 없어지면 늙고 죽음과 근심․슬픔․괴로움․번민 따위의 온갖 괴로운 성품과 습(習)이 다 없어지느니라. 그러므로 먼저 너희들을 위하여 말하였으니, 어리석은 이에게는 나고 죽음이 있지만 지혜 있는 이는 도를 지니어 다시 나고 죽지 않느니라. 마땅히 이것을 생각하여 마음을 조복 받아 다시는 나고 죽는 일을 반복하지 말아라. 또 도를 가까이하고자 하면 마땅히 네 가지 기쁨이 있으니, 잘 명심하여 행하여라. 첫째는 부처님을 생각하여 뜻으로 기뻐하며 늘 여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법을 생각하여 뜻으로 기뻐하며 늘 여의지 않는 것이고, 셋째는 스님들을 생각하여 뜻으로 기뻐하며 늘 여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계율을 생각하여 뜻으로 기뻐하며 늘 여의지 않는 것이니라. 이 네 가지 기쁨을 생각하여 반드시 구족하게 하면,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 세간을 뛰어나 해탈의 몸을 구하고자 하면, 지옥․축생․귀신의 길을 끊어 버리고 예류[溝港]에 이르러 악도[惡地]에 떨어지지 말 것이니라. 비록 천상․인간에 오고 갈지라도 일곱 생(生)을 지나지 않아서 스스로 괴로움이 없는 자리를 얻게 되리라.”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유야리국(維耶離國)으로 가실 것을 말씀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고 말씀대로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구리성(拘利城)을 좋아하시어 성안을 지나가시어 성 밖에 있는 음녀(婬女) 내씨의 동산[奈氏園]에 머무르셨다. 내녀(奈女)는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를 데리고 월지국에서 오셨다는 말을 듣고 곧 수레와 옷을 곱게 단장하고 5백 여자 제자와 함께 성을 나와 내녀의 동산에 이르러 부처님을 뵙고 예배하려고 했다. 부처님께서 멀리 내녀와 5백 제자가 오는 것을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분부하셨다. “저 내씨의 5백 여인을 보거든 다들 머리를 숙이고 안으로 관하여 스스로 너희들 마음을 단정히 하여라. 저 아름답게 꾸민 옷이 마치 그림의 병(甁)과 같으니라. 겉은 비록 채색이 찬란하지만 속에는 오줌과 똥으로 가득 차 있느니라. 마땅히 좋은 여인은 다 그림의 병(甁)의 무리인 줄을 알아라. 도를 닦는 이는 마땅히 저들에게 미혹되지 말지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건제(健制)를 하고 뜻을 생각하여 분별하여라. 이 내녀가 오더라도 또한 나의 가르침을 받을 것이니라. 무엇을 건제(健制)라고 하는가 하면, 이미 일어난 나쁜 법[惡法]을 끊어 버리되, 부지런히 정진하고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단정히 하는 것이니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나쁜 법은 일어나지 못하게 하되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단정히 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좋은 법[善法]은 뜻으로 능히 발생하게 하되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단정히 하며, 이미 일어난 좋은 법은 정신 차려 잊지 말고 더 자라나게 하되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단정히 하는 것이니라. 이러므로 해야 될 것은 차라리 힘줄과 뼈가 무너지고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음을 따라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이니라. 이것을 건제(健制)라고 하느니라. 또 어떤 것을 뜻을 생각한다[志惟] 하는가 하면, 안으로 몸을 따라서 몸을 관하며, 밖으로 몸을 따라서 몸을 관하며, 안팎으로 관하여 분별하며 시키지 않는 뜻을 끊는 것이니라[斷不使意]. 안으로 느낌[痛]을 따라서 느낌을 관하고, 밖으로 느낌을 따라서 느낌을 관하며, 안팎으로 관하여 분별하며 시키지 않는 뜻을 끊느니라. 안으로 마음[意]을 따라서 마음을 관하고, 밖으로 마음을 따라서 마음을 관하며, 안팎으로 관하여 분별하며 시키지 않는 뜻을 끊느니라. 안으로 법을 따라서 법을 관하고, 밖으로 법을 따라서 법을 관하며, 안팎으로 관하여 분별하며 시키지 않는 뜻을 끊느니라. 이것을 뜻을 생각한다[志惟]고 하느니라. 또 어떤 것을 분별(分別)이라 하는가 하면, 시행할 것과 시행하지 않을 것을 분별하여 바른 것을 따라 행하나니 이것을 분별한다고 하느니라. 능히 건제하고 뜻을 생각하고 분별하면 이에 힘있는 것이 되나니, 장사가 힘이 세다고 해서 씩씩한 것[健]이 아니니라. 악을 버리고 선에 나아가는 것이라야 최고의 씩씩함이라고 하느니라. 내가 부처 되기 위하여 잡된 마음과 싸워 온 것이 시간으로 따지면 그 겁(劫)이 수 없으니 삿된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지금 부처가 되었으며, 또한 가히 쉴 수 있게 되었느니라. 너희들 마음이 오랫동안 부정한 가운데 있었으니 스스로 뛰어나와 뭇 괴로움을 면할지니라. 저 여인이 오는 것을 볼지라도 마땅히 내가 가르친 것과 같이 할 것이니라.” 이때에 내녀가 와서 머리를 조아려 공손히 절하고 나서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지금 너희들 모든 여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녀가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큰 은혜를 입어 법교(法敎)를 얻어 듣고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었으니, 낮이나 밤이나 스스로 경계하여 감히 잘못된 마음을 지니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내녀에게 말씀하셨다. “사음(邪婬)을 좋아하는 이는 다섯 가지의 스스로 방해하는 것이 있으니, 첫째는 나쁜 소문이 널리 퍼지는 것이며, 둘째는 왕법에 미워함을 받는 것이며, 셋째는 두려움을 품고 의심이 많은 것이고, 넷째는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며, 다섯째는 지옥의 죄가 다하면 축생의 몸을 받는 것이니라. 이러한 것은 모두 욕심 때문에 스스로 마음을 파멸시키느니라. 사음을 하지 않는 이에게는 다섯 가지의 복이 늘어나리니, 첫째는 사람의 칭찬을 많이 받는 것이고, 둘째는 관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몸이 안온한 것이며, 넷째는 죽어서 천상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고, 다섯째는 깨끗한 열반의 길에 서게 되는 것이니라. 이러하므로 마땅히 스스로 걱정하고 싫어할 것이니라. 여인에게 병이 생긴 것은 월기(月期)의 부정함과 구속되고 매 맞으며 자유스럽지 못한 것이니라. 경전과 계행을 받아 행하여 부처님의 깨끗한 도와 같이 할지니라.” 부처님께서 내녀를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내녀가 기뻐하여 자리에서 물러나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공양을 베풀고자 하오니 부처님과 성중(聖衆)들이 함께 위신(威神)을 거두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니 그들은 곧 예배하고 물러갔다. 내녀가 물러간 지 오래지 않아 유야리성의 호성(豪姓) 이차족(離車族)은 부처님께서 모든 제자들과 함께 오셨다는 말을 들었다. 성에서 7리쯤 떨어진 거리에서 곧 왕의 위엄이 있는 네 가지 빛나는 수레를 타고 나와 부처님을 뵙고자 하였다. 모든 이차족 가운데는 푸른 말과 푸른 수레를 타고 푸른 옷을 입고, 푸른 일산과 푸른 당기[幢]와 푸른 번기[幡]를 든 관속이 모두 푸른 빛깔을 하고 있었고, 또 누런 말과 누런 수레를 타고 누런 옷을 입고, 누런 일산과 누런 당기와 누런 번기를 든 관속이 모두 누런 빛깔을 하고 있었고, 또 붉은 말과 붉은 수레를 타고, 옷과 일산과 당기와 번기를 든 관속이 모두 붉은 빛깔을 하고 있었고, 흰 말과 흰 수레를 타고 옷과 일산과 당기와 번기를 든 관속이 모두 흰 빛깔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수레와 말과 사람 수십만 군중이 길을 메워 오는 것을 보시고 곧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도리천상의 제석천왕이 동산 가운데 행차할 적에 시종들을 데리고 출입하는 것이 이것과 다름없는 것을 보았느냐?” 모든 이차족들이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모두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내녀 동산에 들어와 예배를 마치고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이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어 바르게 교화하셨다. 병염(幷饜)이라는 어떤 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의복을 정돈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늘 듣자오니 부처님의 공덕은 매우 높고 커서 하늘 위에나 하늘 아래에서 기울여 움직이지 않음이 없다 하옵기에 언제나 있는 곳에서 밤낮으로 우러러 공경하고 깨끗한 교화에 감복하여 감히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병염에게 말씀하셨다. “천하의 슬기로운 이라야 부처를 공경할 줄 아느니라. 대개 부처를 공경하는 이는 스스로 복을 얻으며 죽어서는 하늘에 태어나고 악도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이 말을 들은 병염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법왕을 뵙고자 찾아왔더니 그 마음 올바르고 도력(道力)이 안정돼 참으로 거룩한 분 부처라 하네. 그 이름 드러남이 설산(雪山)과 같고
꽃처럼 깨끗하여 의심 없나니 기쁘기 향냄새에 가까이한 듯 단정한 몸만 봐도 싫증이 없고 광채는 신령스런 빛이 밝은 듯
부처님 지혜만이 높고 묘하니 밝고도 찬란하여 한 티끌 없어 원컨대 청신사의 계를 받들어 스스로 삼존께 귀의하고저.
이때 자리에 있던 5백 호성(豪姓)들이 각기 윗옷을 벗어서 병염에게 맡겼다. 병염은 이 옷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모든 존자들이 훌륭한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다 같이 5백의 윗옷을 부처님께 바치오니 어여삐 여기시어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받으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명행성(明行成: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중우(佛衆祐:佛世尊)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매 다섯 가지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여래께서 출현하시어 세상을 교화하시니, 제석․범천․사문․바라문․용․신․제왕 등이 자연의 지혜로써 현세에 도를 증득하며 참된 도를 열어 말하되, 처음 말도 좋고 중간 말도 좋고 마지막 말도 또한 좋으며 지극히 중요한 뜻이 갖추어져서 청정하고 투철하여 온갖 것을 펴내느니라. 이것이 첫째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니라. 부처님께서 천하에 경을 설하시매 듣는 이들이 모두 즐거워하여 믿어 배우고 읽어 외우며 몸․입․뜻을 단정히 하여 삿된 것을 버리고 바른 데 들어가나니, 이것이 둘째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니라. 세상 사람들이 부처님의 경(經)과 도(道)를 들으면 마음이 열리어 깊이 고요한 생각에 들어가서 다 밝은 지혜를 얻나니, 이것이 셋째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니라. 또 세상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으면 다 사랑하고 공경하여 3악도(惡道)를 벗어나고 천상․인간에 태어나서 큰 이익을 얻나니, 이것이 넷째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니라. 세상 사람들이 불도의 깊고 묘한 말을 들으면 나고 죽는 인연의 근본을 알고 정욕을 끊고 다 생사를 벗어나는 길을 알아서 첫 번째 정진을 하는 이는 응진도(應眞道)를 얻고, 두 번째 정진을 하는 이는 불환도(不還道)를 얻고, 세 번째 정진을 하는 이는 빈래도(頻來道)를 얻고, 네 번째 정진을 하는 이는 구항도(溝港道:預流道)를 얻느니라. 이것이 다섯째 있기 어려운 자연의 법이니라. 대개 사람들이 부처에게 귀의하려는 마음이 있어서 조그마한 착한 일을 베푸는 이라도 다 큰 복을 얻어 헛되지 않느니라. 이러므로 병염은 힘써서 이 덕을 배울지니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모든 이차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합장하고 이렇게 여쭈었다. “본래 부처님을 모셔다 공양하려 한 것이온데 내녀가 저희들보다 먼저 청하였사오니 바라옵건대 다음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저희들은 다른 일이 많아 돌아가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허락하셨다. “마땅히 때를 알아서 하여라.” 이때에 이차족들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나서 세 바퀴 돌고는 떠나갔다. 한편 내녀는 밤새도록 훌륭한 공양거리를 마련하고 집안을 깨끗이 치장하고 좌상을 차려 놓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공양이 벌써 준비되었으니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여러 제자들과 함께 그 집에 가시어 높은 자리에 나아가 대중 앞에 앉으셨다. 내녀가 몸소 헤아리고 발우를 받들어 반찬을 담고 맑은 물을 돌리고 작은 좌상을 갖다가 놓고 부처님 앞에 앉아서 법을 배우고자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나의 대(代)에 보시를 좋아하는 이는 뒤에 원수의 두려움이 없고 명예를 많이 얻어 훌륭한 이름이 날로 퍼지며 여러 사람들이 사랑하고 공경할 것이며, 또 사람 됨됨이가 인색하지 않고 어질고 사랑스럽고 지혜로우리라. 이와 같이 허물없이 안온하며 천상에 태어나서 모든 하늘과 서로 즐거워하리라.” 부처님께서 내녀를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모두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과 함께 죽방읍(竹芳邑)으로 가셔서 성의 북쪽 숲 아래에 머무르셨다. 마침 이 해에 죽방읍에는 흉년이 들어 곡식이 매우 귀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곳은 흉년이라서 걸식해도 얻기 어려울 것이니 너희들이 마땅히 나뉘어 제각기 따로 유야리나 월지국의 여러 부락에 가면 굶주리지 않으리라.” 그들이 분부를 받고 떠나려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마땅히 스스로 검소하여 좋은 것을 얻더라도 기뻐하지 말고 나쁜 것을 얻더라도 괴로워하지 말라. 먹는 것이란 몸을 부지하기 위한 것이니 탐내어 좋은 것을 구하지 말라. 다만 가만히 앉아 놀고 맛만 탐내어 좋은 것을 구하기 때문에 나고 죽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니라. 오로지 몸을 절제할 줄 알아서 스스로 검소할 줄 아는 이는 선정의 뜻을 얻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모두 기뻐하여 예배하고 떠났다. 비구들은 저마다 나뉘어서 여러 나라의 성읍에 이르렀고,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함께 위사촌(衛沙村)에 이르셨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몸이 불편하여 온몸이 아프기 시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속으로 생각하시기를 ‘아픔은 점점 심하고 제자들은 다 있지 않으니 마땅히 대중이 오기를 기다려 여기서 열반에 들어야겠다. 마땅히 온갖 생각을 내지 않는 정[不念衆想之定]에 들어가 이 병을 위해 스스로 힘써 정진하리라’ 하여, 이 참는 뜻으로써 곧 그 모양과 같이 정수삼매(正受三昧)에 드시어 온갖 생각을 내지 않는 정을 일으켜 저절로 들을 수 있었다. 현자 아난이 한 나무 아래에서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문안을 아뢰었다. “병환에 차도가 없으십니까? 성체(聖體)가 편안하지 못하심을 뵈옵고 심히 근심스럽고 두려워지나이다.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려고 하십니까? 원하옵건대 여러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왜 여러 제자들과 헤어지려 하겠느냐? 내가 언제나 비구들과 함께 있으며 마땅히 해야 할 것과 가르침[敎]과 경계[誡]를 여러 번 말한 것이 모두 대중의 처소에 있으니 오직 부지런히 정진하여 그대로 실행하여라. 이제 나는 병이 나서 온몸이 매우 아프므로 온갖 생각을 내지 않는 정을 생각하였으니, 마음으로 병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내가 말한 법이 안팎으로 다 갖추어졌느니라. 부처는 법의 스승이 되므로 빠뜨리고 잊어버림이 없나니 마땅히 베풀어 행할 것을 스스로 아느니라. 내가 또 이미 늙었구나. 나이가 벌써 여든이니 형상이 마치 다 낡은 수레와 같아서 단단하지도 못하고 굳세지도 못하구나. 내가 그전에 말하기를 ‘나고 죽는 것이 때가 있으며, 난 것은 끝내 없어지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위에 불상입(不想入)이라는 하늘이 있는데, 그 수명이 84천만 겁이나 되지만 그들도 또한 죽음이 있느니라. 이러므로 부처가 법을 세상에 펴서 열반의 큰 도를 다 보이어 나고 죽는 근본을 끊게 하였노라. 내가 이제 몸 있는 이들을 전부 위하여 정제[錠]를 만들어 몸으로 하여금 돌아오게 하고 법교(法敎)의 정제가 되어서 법으로 하여금 스스로 돌아오게 하느니라. 어떤 것을 정제[錠]라 하며 어떤 것을 스스로 돌아오는 것이라 하느냐 하면, 마음을 모아 네 가지 생각하는 데 두는 것이니, 그 네 가지는 첫째 몸을 관하는 것이요, 둘째 수(受)를 관하는 것이며, 셋째 마음을 관하는 것이요, 넷째 법을 관하는 것이니라. 생각을 건제(健制)하여 부리지 않는 생각[不使想]을 끊어야 하느니라. 이것이 일체를 위하여 법교의 정제를 만들어 스스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니라. 내가 이것을 위하여 벌써 거듭 말하였으니, 만일 알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정진하여 안과 밖의 계법을 행하되 반드시 평상시와 같이 하라. 그러면 스스로 돌아와서 부처의 경(經)과 도(道)를 깨닫게 되리니 모두 부처의 자손이니라. 내가 이제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고 천하를 위하여 부처가 된 것은 3계(界)를 제도하려고 걱정하였기 때문이니라. 너희들도 또 스스로 그 몸을 걱정하여 온갖 괴로움을 끊어라.” 아난은 비를 피할 적에 해어진 옷을 꿰매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현자 아난에게 함께 유야리에 가자고 하시자 아난은 곧 분부를 받들어 행하였다. 원후관(猨猴館)에 머물러 걸식(乞食)하여 마치시고 발우를 씻으시고, 또 아난을 데리고 급질신지(急疾神地)에 이르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유야리도 참 좋은 곳이고 월지도 또한 좋으니, 이 천하의 16대국의 모든 군(郡)과 읍(邑)이 다 좋은 곳이로다. 희련연하(熙連然河)에는 황금이 많이 나며, 염부제의 땅은 5색 그림과 같구나.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래 사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나니, 만일 비구․비구니가 4신족(神足)을 알면 괴로움을 없앨 수 있으리라. 많이 닦고 익히어 늘 생각하여 잊지 않으면 하고 싶은 대로 되어 가히 죽지 않을 수도 있으니 1겁뿐만이 아니니라. 이와 같이 아난아, 부처는 4신족을 이미 익혀 행하여 일념으로 잊지 않으니 마음대로 가히 1겁 이상이라도 살 수 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두세 번 거듭 말씀하셨다. 이때에 아난은 마음에 다른 생각을 하며 마군의 가림을 당해 몽롱하여 깨닫지 못하고 잠자코 있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한 나무 밑에 가서 조용히 생각하여 보아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바로 한 곳에 가서 앉았다. 이때 마군의 왕 파순(波旬)이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뜻에는 열반에 들고자 함이 없으십니까? 교화할 것을 이미 다 마치셨으니 열반할 때입니다. 옛적에 부처님께서 구류하(傴留河) 가에 계실 적에 여러 장로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부처가 되어 비록 자유자재함을 얻었으나 오래 머무르기를 탐내지 아니한다’고 하셨으니 지금이 그때가 아닙니까? 제도하실 것을 다 제도하셨으니 열반에 드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듣고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오늘날까지 열반[滅度]에 들지 않은 것은 나의 제자인 모든 비구와 비구니들이 다 지혜롭게 경과 계법을 받아 실천하여 도에 들어오지 못한 이를 이끌어 배움이 성취되길 기다린 것이며, 또 나의 청신사(淸信士)와 청신녀(淸信女)들이 지혜를 얻어서 경과 계율을 받아 실천하여 도에 들어오지 못한 이는 도에 들어오고, 법을 받은 이는 성취되기를 기다린 것이니라. 파순아, 이와 같이 나는, 이 4부 제자가 다 법의 뜻을 얻어서 점차로 서로 가르쳐서 모든 어리석은 이들이 깨달아 배움이 성취되기를 기다리느라 오늘에 이르도록 열반하지 않았느니라.” 마군은 또 아뢰었다. “만족할 때가 이미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잠자코 있어라. 여래는 오래지 않아 지금부터 석 달 뒤에는 열반에 들리라.” 마군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물러갔다. 부처님께서는 곧바로 앉으시어 선정에 들어서 삼매 가운데서 성명(性命)에 머무르지 않고 나머지 목숨을 놓아 버리셨다. 이때에 땅이 뒤흔들리고 허공이 청정해지며 부처님의 광명이 사무쳐 비추기를 끝이 없었다. 모든 천신(天神)이 와서 허공에 가득 차니 부처님께서 삼매에서 깨어나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한없는 온갖 덕행 모든 일 나는 지금 버리네. 가깝고 멀거나 제도할 이는 이미 다 건져서 제도하였네.
현자 아난은 마음에 놀라서 온몸의 털이 오싹하여 빨리 부처님께 가서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놀랍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땅이 이렇게 움직이오니 무슨 인연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의 땅이 움직이는 것은 여덟 가지 인연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세상의 땅은 물에 의지해 있고, 물은 바람에 의지하며, 바람은 허공에 의지하나니, 공중에 큰바람이 일어나면 큰물이 흔들리며, 큰물이 흔들리면 대지가 움직이느니라. 이것이 첫째의 인연이니라. 혹은 때로 도를 얻은 사문이나 신묘천(神妙天)이 계덕(戒德)이 융성하여 스스로 힘을 시험하려고 손으로 땅을 누르면 대지가 움직이게 되느니라. 이것이 둘째의 인연이니라. 만일 보살이 제4천에서 내려와 어머니 태(胎)에 들어가 명철한 지혜와 뜻으로 도화(道化)를 나타내어 우매한 이를 개발하려고 하여 이에 신비스러운 광명을 비추면 천지가 진동하여 범천․제석․마군․사문․바라문들에게 일체를 밝게 보게 하나니, 이것이 그 셋째의 인연이니라. 만일 보살이 어머니 태에서 나올 때에 위덕이 모든 하늘을 감동시켜 깨끗하여 구름 같은 흐림이 없고 신비스러운 광명이 멀리 비추면 곧 대지가 움직이게 되나니, 이것이 그 넷째의 인연이니라. 보살이 가장 높은 도를 얻어 부처를 이룰 때에 대지가 크게 움직이며 천신이 주위에 가득 차서 부처님의 이름을 찬양하나니, 이것이 다섯째의 인연이니라. 이미 부처가 되어 처음으로 크게 모일 적에 법의 수레[法輪]를 세 번 굴리어 천상과 인간이 곧 깨달아 알고, 여러 보살이 큰 도를 이루어 광명이 멀리 비치면 그때에 대지가 움직이니, 이것이 여섯째의 인연이니라. 부처가 교화를 마치고 목숨을 놓으려 하여 성명(性命)에 머무르지 않고 곧 큰 광명을 놓아 천상과 인간을 격려하면 곧 대지가 움직이나니, 이것이 일곱째의 인연이니라. 불세존이 몸을 버리고 열반에 들 적에 이르러 광명이 두루 비추지 않음이 없고 천신이 참례하여 오면 곧 대지가 움직이나니 이것이 여덟째 인연이니라.” 아난은 또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성명(性命)을 놓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이미 놓았느니라.” 아난이 말하였다. “옛적에 부처님 말씀을 듣자오니, ‘만일 제자가 4신족을 알고 많이 닦아 실천하여 일심으로 잊지 않으면 마음대로 되어 가히 1겁 이상을 죽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도덕은 이보다 더 뛰어나시니 오래 머무르실 수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제서야 네가 말하니 이미 늦지 않았느냐. 나는 너에게 4신족에 대한 말을 두세 번이나 하였는데 마침내 잠자코 있었고, 어둡고 어리석어 밝게 생각하지 못하여 마군의 가림을 당하고 있더니 이제 와서 어찌 말하는가? 또 부처가 하는 말이 한번 입 밖에 나가면 어찌 다시 어기겠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이와 같이 아난아, 대개 지혜롭지 못한 이는 자기가 한 말을 뒤에 어기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느니라.” 아난은 눈물을 흘리며 한탄하였다. “어찌 이렇게 빠르십니까,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심이여. 어쩌면 이다지도 빠르십니까, 세상의 눈이 멸함이여.”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유야리국에 가서 각기 흩어져 다니는 비구들을 불러오게 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고 바로 그대로 하여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하고 부처님께 공손히 절을 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섰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은 항상 된 것이 없고 단단한 것이 없어서 결국은 모두 흩어지나니 늘 있는 것이 없느니라. 심식(心識)으로 행하는 것은 다만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고, 은혜와 사랑으로 만나는 것이 그 무엇이 오래갈 수 있겠느냐? 천지와 수미산도 결국은 무너질 것인데 하물며 사람과 만물이 오래갈 수 있겠느냐? 태어나고 죽고 근심스럽고 괴로움을 싫어할 뿐이니라. 나는 석 달 뒤에 열반에 들 것이니,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걱정하지도 말라. 또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가 다 법을 따라 이룬 것이고, 경법(經法)이 또한 갖추어 있으니 다만 힘써 부지런히 배워 행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녀 나아가서 해탈을 얻도록 하여라. 심식(心識)의 정(情)이 쉬면 죽지도 않고 다시 나지도 않을 것이며, 또한 다시 다섯 갈래[五道]에 들어가서 한 몸을 버리고 한 몸을 받는 일이 없으리라. 5음(陰)이 이미 끊어지면 배고프고 목마르며 차고 더우며 근심․슬픔․괴로움․번민 따위의 걱정이 없느니라. 사람이 바른 마음을 알면 천상의 모든 하늘이 다 사람을 대신하여 기뻐하느니라. 마땅히 마음을 항복 받으며 부드럽고 순하고 스스로 텅 비게 하고, 마음가는 대로 행하지 말라. 도를 얻는 것도 또한 마음이니라. 마음이 하늘도 만들고 마음이 사람도 만들며 마음이 귀신․축생․지옥들도 만드나니, 온갖 것이 다 마음이 하는 것이니라. 마음의 행함을 따라 온갖 법이 일어나느니라. 마음이 식(識)을 만들고 식이 뜻(意)을 만들고 뜻이 다시 마음에 들어가느니라. 마음이 가장 으뜸이 되어 마음이 뜻하는 것이 행(行)이 되고, 행이 하는 것[行作]이 명(命)이 되나니, 어질고 어리석음이 행에 있고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이 명에 있느니라. 대개 뜻[志]과 행(行)과 명(命) 세 가지는 서로 의지하여 좋고 나쁜 짓을 하나니 몸으로 스스로 당하게 되느니라. 아버지가 착하지 못한 일을 했더라도 자식이 대신 받지 못하고, 또 자식이 착하지 못한 일을 했더라도 아버지가 대신 받지 못하느니라. 착한 일을 하면 스스로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스스로 재앙을 받느니라. 이제 부처가 천상 천하에 존경 받고 공경 받는 것도 다 뜻이 하는 바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바른 마음으로 법을 행할지니라. 오직 법을 행하는 이는 능히 현세에 휴식을 얻고 현세에 안락을 얻으리니 마땅히 잘 받아 가지고 읽어 외우며 고요히 생각하여라. 그러면 곧 나의 깨끗한 법이 오래 머무를 것이고, 세상의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나며, 모든 하늘․인간이 인도되어 이익되고 편안해지리라.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라. 어떤 것이 법이냐 하면, 4지유(志惟)․4의단(意端)․4신족(神足)․4선행(禪行)․5근(根)․5력(力)․7각(覺)․8도제(道諦)이니, 만일 이 법을 받아 행하면 해탈을 얻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라. 그러면 어떤 것을 4지유(志惟)라 하는가? 오직 안으로 몸을 따라 몸을 관하고, 밖으로 몸을 따라 몸을 관하며, 안팎으로 관하여 생각을 분별하며, 어리석고 미혹한 마음을 끊느니라. 오직 느낌[通]과 마음[意]과 법을 관하는 것도 모두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어떤 것을 4의단(意端)이라 하는가?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끊어 물리치고 성품[性]을 다스려 정진하여 스스로 뜻을 거두어들여 단정히 하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나쁜 법은 제지하여 생기지 못하게 하고 성품을 다스려 정진하여 스스로 뜻을 거두어들여 단정히 하며, 아직 생기지 않은 좋은 법은 곧 생기도록 하고 성품을 다스려 정진하여 스스로 뜻을 거두어들여 단정히 하며, 이미 생긴 좋은 법은 뜻을 세워 잊지 않고 능히 증장시키고 성품을 다스려 정진하여 뜻을 거두어들여 단정히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4신족(神足)이라 하는가? 욕망의 정(定)을 생각하여 온갖 행을 멸하고 신족을 생각하면 욕망이 삿되지 아니하나니 취하지도 말며 버리지도 말아서 깨끗한 행동을 항상 지키는 것이니라. 정진을 생각하는 정(定)과 뜻을 생각하는 정과 계율을 생각하는 정도 모두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어떤 것을 4선(禪)이라 하는가? 욕심과 나쁜 법을 버리고 다만 염(念)과 행(行)으로 무위(無爲)를 좋아하므로 첫 번째 선행(禪行)을 이루느니라. 염과 행이 이미 없어지고 안으로 한마음을 지켜 뜻이 편안하고 고요하므로 두 번째 선행을 이루느니라. 오직 음란한 마음이 없음을 관하여 마음이 편안하고 체(體)가 바르며 분별하여 참다운 것을 보므로 세 번째 선행을 이루느니라. 이미 괴로움과 즐거움을 끊고 근심하고 기뻐하는 생각이 없으며 뜻이 이미 깨끗하므로 네 번째 선행을 이루느니라. 어떤 것을 5근(根)이라 하는가? 첫째는 신근(信根)이니 뜻으로 4희(喜)를 향(向)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진근(精進根)이니, 4의단을 다스리는 것이며, 셋째는 염근(念根)이니 4지유(志惟)를 생각하는 것이고, 넷째는 정근(定根)이니 4선행(禪行)을 생각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지근(智根)이니 4진제(眞諦)를 보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5력(力)이라 하는가? 첫째는 신력(信力)이니 기쁨의 뜻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정진력(精進力)이니 항상 건제(健制)를 하는 것이며, 셋째는 염력(念力)이니 지유(志惟)의 관을 얻는 것이며, 넷째는 정력(定力)이니, 선정의 마음이 어지럽지 않은 것이며, 다섯째는 지력(智力)이니 도로써 스스로 증득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7각지(覺志)라 하는가? 염각의(念覺意)․법해각의(法解覺意)․정진각의(精進覺意)․애희각의(愛喜覺意)․일향각의(一向覺意)․유정각의(惟定覺意)․행호각의(行護覺意)니라. 어떤 것을 8도제(道諦)라 하는가? 바로 보는 것[正見]․바른 생각[正思]․바른 말[正言]․바른 행[正行]․바른 생활[正命]․바른 다스림[正治]․바른 뜻[正志]․바른 정[正定]이니라. 이러한 것이 세속을 뛰어나는 깨끗한 법이니라.”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함께 구리읍(拘利邑)으로 가자고 하셨다. 아난은 곧 분부를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유야읍을 좋아하시어 나라 안을 지나 성문으로 나오셔서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 성문을 보시고 웃으셨다. 현자 아난은 곧 의복을 가지런히 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길게 꿇어앉아 여쭈었다. “제가 부처님을 모시고 있은 지 20여 년이 되었으나, 부처님께서 행하시매 까닭 없는 것은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몸을 돌리시어 문을 보시고 웃으신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다. 아난아, 부처의 몸가짐[儀法]에 있어서는 망령되게 몸을 돌리어 공연히 웃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유야리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보고 웃은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것이 나로서는 마지막으로 유야리를 다니고 보는 것일세. 장차 저 열반에 들어간다면 다시는 이런 몸을 받지 않으리.
어떤 다른 비구가 또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부처님께서 이것을 최후라 하시면 몸으로 행하심은 이제 끝났네. 만일에 저 열반에 드시면 어디서 부처님을 뵙게 되리.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함께 구리성에 가시어 북쪽 숲의 나무 밑에 머무르시며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청정한 계율을 보호하며 정(定)의 뜻을 생각하며 지혜를 깨달아라. 계를 지키고 정과 혜를 지닌 이는 큰 덕을 이루어 많은 명예를 드날리고 길이 탐욕․음욕․진에(瞋恚)․어리석음을 여의고 응진(應眞)을 얻으리라. 현세에 바른 해탈[正度]을 바라거든 마땅히 스스로 앎을 더하여 이 생을 다하고 청정한 도에 들어가도록 하여라. 이미 이렇게 행하면 몸이 뒤에 다시 생겨나지 않을 줄을 알게 되리라.” 부처님께서는 다시 현자 아난에게 함께 건지읍(健持邑)에 가자고 하시어 성의 북쪽 나무 아래 앉으셔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청정한 계율을 지니고 선정을 생각하며 지혜를 구하여 알아라. 청정한 계율을 지니는 이는 세 가지 태도를 따르지 아니하고, 선정을 생각하는 이는 마음을 제멋대로 산란하지 않게 하고, 이미 지혜를 아는 이는 애욕을 없애 버리고 행하는 일에 걸림이 없으리라. 계․정․혜가 있으면 덕이 크고 명예가 널리 퍼지리라. 또 세 가지 허물[垢]을 여의면 마침내 응진이 되리라. 이 몸으로 바른 해탈[正度] 얻기를 바라거든 마땅히 부지런히 깨닫기를 구하여 이 생을 다하고 청정한 도에 들어가라. 마땅히 행할 것을 행하면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 줄을 알지니라.” 부처님께서는 또 아난과 함께 엄만읍(掩滿邑)과 출금읍(出金邑)․수수읍(授手邑)․화씨읍(華氏邑)을 지나서 선정읍(善淨邑)에 이르러 곳곳마다 제자를 위하시어 세 가지의 핵심을 말씀하셨다. “마땅히 계를 보호하고 정을 생각하며 지혜를 깨달아라. 이 세 가지를 지키는 이는 덕이 높으며 명예가 드날리고, 음란한 마음․성내는 마음․어리석은 마음 따위가 없어지리니, 이것을 바른 해탈[正度]이라 하느니라. 이 계를 지키는 마음[戒心]이 있으면 선정의 마음[定心]이 이루어지고, 선정의 마음이 이루어지면 지혜의 마음[慧心]이 밝아지리니, 마치 깨끗한 천에 물을 들여야 그 물드는 농도가 짙어 빛이 선명하고 좋은 것과 같으니라. 이 세 가지의 마음이 있으면 도를 쉽게 얻으리니, 다만 일심으로 부지런히 닦아서 해탈하기를 구하면 이 생을 마치고 나서 청정한 데 들어가리라. 이와 같이 행하는 자는 이 몸이 다하고 다시 나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알지니라. 만일 계․정․혜의 행을 갖추지 못하면 세상을 벗어나기가 어려우니라. 그러나 이 세 가지가 있는 이는 마음이 스스로 열리어 깨달아져서 앉아 생각하면 문득 5도(道)의 세계, 곧 천상․인간․지옥․축생․귀신들의 세계를 보게 되며, 분명히 온갖 중생들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다 알게 되리니, 마치 시냇물이 맑으면 그 밑에 모래와 돌․자갈 등의 푸르고 누르며 희고 검은 것을 모두 볼 수 있는 것과 같으니라. 도를 얻은 사람은 마음이 맑으므로 보는 것이 다 나타나느니라. 도를 얻으려 하는 이는 마땅히 그 마음을 깨끗이 하여라. 마치 물이 흐리면 그 속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마음을 깨끗이 지니지 못하면 세상에 나고 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스승이 보고 말하는 것을 제자들이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이니, 스승이 제자의 마음속에까지 들어가서 그 생각을 바로잡아 주지는 못하느니라. 그 생각을 바르게 하고 생각과 뜻이 단정한 이는 도를 스스로 얻으리라. 부처는 가장 깨끗함을 좋아하였느니라.” 또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함께 부연읍(夫延邑)으로 가자고 하셔서 그곳 성의 북쪽 나무 아래에 머무르셨다. 저녁 때에 조용히 앉아 있던 아난이 일어나 부처님께 가서 공손히 머리를 조아리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갑자기 땅이 움직이는 몇 가지 일을 알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땅이 움직이는 데는 세 가지 인연이 있느니라. 첫째는 땅은 물에 의지하고 물은 바람에 의지하고 바람은 허공에 의지하였으니, 큰바람이 일어나면 물이 흔들리고 물이 흔들리면 땅이 움직이느니라. 둘째는 도를 얻은 사문과 신묘천(神妙天)이 감응(感應)을 나타내고자 하면 땅이 움직이느니라. 셋째는 부처의 힘에 의함이니, 내가 부처가 되기 전후하여 이미 움직였으니, 3천 해와 달과 1만 2천의 천지가 감동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천상․인간․귀신이 많이 듣고 알았느니라.” 아난은 탄식하며 여쭈었다. “묘하십니다. 부처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이 없나이다. 자연법의 온갖 것이 감동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지극한 도와 덕이 거룩하기가 이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니라. 아난아, 부처의 덕이 적은 것이 아니니 저 무수한 겁으로부터 공덕을 쌓아 온갖 좋은 일을 행하여 스스로 부처가 되었으므로 신묘한 자연의 법화(法化)가 있느니라.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아서 들어가지 않음이 없고 변화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생각하건대 내가 옛적에 자비한 마음으로 천하의 모든 왕들이나 사대부들에게 약간의 백천 인으로 몸을 변화하여 나타나서 대면하고, 그들의 형상과 모습을 따라 위안하며 경과 도를 말하여 두루 교화하여 좋은 뜻을 얻게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변화하여 나타나서 팔방에 두루 하니 그 나라의 풍속과 의복과 언어를 따르며, 그 사람에게 어떤 법을 행하고 어떤 경을 알릴까를 자세히 보아서 연설하고 바른 도로써 가르쳤느니라. 이론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경전의 가르침을 베풀고, 도리를 이해하는 이에게는 가장 핵심적인 법을 말하여 그 뜻을 견고하게 세우게 하고는 숨어 버렸느니라. 설사 왕과 사대부들이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할지라도 뒤에 다 도에 재미를 들여 법의 교화를 공경해 받들었느니라. 이것이 여래의 맑고 미묘한 자연법이니라. 또 아난아, 부처의 신통력으로 두루 들어가서 여래의 의법(儀法)으로써 변화하여 나타나되, 사문들에게 가서는 스승이 되어 지도하고, 다음에 변화하여 바라문들에게 들어가며, 또 거사(居士)․유림(儒林)․외도의 무리에게 들어가서 그들의 의복․음성․언어 따위를 따라서 경과 도를 가르쳐 주어 일체를 성취시켜 주며 모범을 베풀고는 숨어 버리느니라. 그들이 모두 나의 가르침을 받지만 나를 알지 못하나니, 이것이 여래의 있기 어려운 자연법이니라. 여래가 또한 위로 첫 번째 사천왕천(四天王天)에 오르고, 두루 두 번째 도리천, 세 번째 염천(焰天), 네 번째 도술천(兜術天), 다섯 번째 불교락천(不憍樂天), 여섯 번째 화응성천(化應聲天)에 오르며, 두루 마군(魔軍)의 세계에 머무르고, 또 일곱 번째 범천(梵天), 여덟 번째 범중천(梵衆天), 아홉 번째 범보천(梵輔天), 열 번째 대범천(大梵天), 열한 번째 수행천(水行天), 열두 번째 수미천(水微天), 열세 번째 수무량천(水無量天), 열네 번째 수음천(水音天), 열다섯 번째 약정천(約淨天), 열여섯 번째 변정천(遍淨天), 열일곱 번째 청명천(淸明天), 열여덟 번째 수묘천(守妙天), 열아홉 번째 현묘천(玄妙天), 스무 번째 복덕천(福德天), 스물한 번째 의순천(懿淳天), 스물두 번째 근천(近天), 스물세 번째 쾌견천(快見天), 스물네 번째 무결애천(無結愛天)을 두루 다니면서 약간의 백천 사람의 형상과 모양을 따라 서로 만나서 청정한 것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청정한 법을 말하고, 도리를 통달한 이에게는 교화를 펴도록 권하고, 깨끗하고 인자한 이에게는 큰 도에 들도록 하며, 그 법을 아는 이에게는 법의 요점으로 가르쳐 권유하고 교화하여 도를 얻게 하고는 문득 숨어 버리나니, 저 모든 하늘이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느니라. 이것이 부처의 있기 어려운 자연법이니라. 위에 남은 네 하늘은 다 형상과 소리가 없으므로 부처가 가지 않으니, 스물다섯 번째 공혜입천(空慧入天), 스물여섯 번째 식혜입천(識慧入天), 스물일곱 번째 불용혜입천(不用慧入天), 스물여덟 번째 불상입천(不想入天)이 그것이니라. 이와 같이 아난아, 부처의 은혜가 넓고 커서 성취시켜 제도하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그러나 만나기 또한 어려우니 부처가 세간에 출현하는 것은 구바라화(漚波羅華)가 피는 것과 같이 드물기 때문이니라. 부처가 말한 법도 또한 듣기가 어려우니 이미 경법을 들었거든 마땅히 잘 보호해 지닐지니라. 어떻게 보호해 지니느냐 하면, 내가 열반[滅度]한 뒤에 만일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내가 부처님을 보고 입으로 이 법과 이 계율과 이 가르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의 말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가깝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아서 법을 훼손하는 것이니, 마땅히 법의 구절[句]과 경에서 말한 대로 또 율에서 말한 대로 잘 해설해 주어라. 만일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과 어긋나거든 마땅히 타이르기를 ‘현자여, 들어라.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말씀하시지 않으셨으니 그대가 망령되이 받은 것은 법의 뜻과 어긋나도다. 그것은 법이 아니며 율도 아니요 또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지 않으니 마땅히 그것을 버려라’고 할지니라. 만일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내가 얻은 것은 성중(聖衆) 가운데서 법과 계율이 있는 이에게 의지하여 직접 이 법과 이 율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가 말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가깝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아서 정법(正法)을 훼손하는 것이니, 마땅히 법의 구절과 경의 뜻과 율에서 말한 것을 가지고 잘 해설해 주어라. 만일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과 어긋나거든 마땅히 타이르기를 ‘현자여, 들으시오. 비구들이 이 법을 알고 율에 밝다고 하는 이것은 부처님의 법과 율이 아니로다. 그대가 망령되게 받은 것이니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과 어긋나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지 않으니 마땅히 그것을 버려라’고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내가 직접 나이 많은 장로에게 이 법과 율, 그리고 이 가르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가 말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가깝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아서 정법을 훼손하는 것이니, 마땅히 법의 구절과 경의 뜻과 율에 말한 것을 가지고 잘 해설해 주어라. 만일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에 어긋나거든 마땅히 타이르기를 ‘현자여, 들으시오. 나이 많은 장로가 이 법을 알고 계율에 밝다고 하는 이것은 부처님의 법과 율이 아니로다. 그대가 망령되게 받은 것이니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에 어긋나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지 않으니 마땅히 그런 소견을 버려라’고 하여라. 만일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내가 뛰어나고 밝으며 큰 복과 지혜 있는 이들이 받들어 섬기는 이에게 가까이하여 직접 이 경과 법과 율과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말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가깝지 않고 따르지도 않아서 정법을 훼손하는 것이니, 마땅히 법의 구절과 경의 뜻을 가지고 해설해 주어라. 만일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과 어긋나거든 마땅히 타이르기를 ‘바른 현자여, 들으시오. 뛰어나고 밝아서 법과 율을 잘 안다는 이것은 부처님의 법과 율이 아니로다. 그대가 망령되게 받은 것이니 경에 맞지 않고 법의 뜻에 어긋나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지 않으니 그런 소견을 버려라’고 하여라. 또 다시 아난아, 만일 어떤 이가 ‘내가 부처님께 이 법의 말씀을 들었노라’하더라도 그 말이 그릇되어 경법(經法)에 맞지 않으며, 또 만일 어떤 이가 ‘내가 성중(聖衆)으로서 법을 받드는 이에게서 받았노라’ 하더라도 그 말이 그릇되어 경법에 맞지 않으며, 만일 다시 말하기를 ‘내가 입으로 나이 많은 장로에게 이것을 받았노라’ 하더라도 그 말이 잘못되어 경법에 맞지 않으며, 또 ‘내가 뛰어나고 밝으며 큰 복덕과 지혜 있는 이에게 직접 이 말을 들었노라’ 하더라도 그 말은 경법에 맞지 않는 것이니, 마땅히 부처님의 말씀을 가지고 설득시켜서 그 사람으로 하여금 경의 뜻에 들어가고 율을 받들게 하며 자세히 불경의 법과 가르침을 말해 주어라. 그리하여 성중(聖衆)의 이어받은 것과 장로의 밝힌 것과 뛰어난 이[賢才]의 아는 것과 현자의 자세히 들은 것들이 율과 가르침과 같이하여 다툼이 없게 하여서 마땅히 이 네 가지를 지닐지니라. 아난아, 저와 같은 네 가지의 잘못[暗]이 있어 정법을 훼손하는 것이니, 마땅히 잘 분별하여 삿된 것을 버리고 네 가지의 바른 뜻을 받게 하여라. 이것이 법을 받아 지니고 수호하는 것이니라. 경과 계율을 받들지 않는 이는 여러 비구들이 마땅히 내쫓아 버려라. 피와 가라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좋은 곡식의 싹을 해치는 것처럼 제자가 잘하지 못하면 나의 도법(道法)을 무너뜨리나니, 마땅히 서로 검사하고 교정하여 부처가 세상을 떠났다 하여 가르침을 실행하지 않음이 없도록 하여라. 세상에 사문이 경전과 계를 받들어 행하면 천하가 복을 얻고 천신이 다 기뻐하느니라. 만일 어느 곳에 경을 밝게 아는 비구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장로 비구거나 새로 들어온 학자거나 마땅히 찾아가서 물어라. 이렇게 하면 청신사․청신녀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옷․음식․좌상․이부자리․의약 따위를 갖다 줄 것이니라. 비구나 같이 길을 가는 이[同道]들이 옳지 않고 화합하지 않아서 지옥 등 3악도에 떨어지는 것은 다 화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끼리 서로 흉보며 비웃으며 ‘나는 경을 많이 알며 너는 경을 조금 안다’고 헐뜯지 말아라. 많이 알든 적게 알든 간에 제각기 스스로 행할 것이니라. 또 말이 경전에 맞거든 그대로 쓰고 맞지 않거든 내버려라. 이렇게 하는 것이 부처가 말한 바이며, 비구가 받을 바이니, 반드시 잘 지닐지니라. 만일 지금이나 후세에 경을 강론할 적에는 마땅히 말하기를,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 아무 비구들과 함께 계시며 이 경을 말씀하셨다’고 해야 하느니라. 만일 그 경에 그런 말을 구차한 말이라 하여 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처가 말한 바가 아니니라. 서로 교법을 이어갈 때 이와 같이 하면 비구법이 오래 머무를 수 있으리라.” 이때에 부처님께서 현자 아난에게 명하시어 함께 파순국(波旬國)으로 가시니 제자들이 다 같이 따라 나섰다. 부처님께서 부연읍(夫延邑)을 좋아하시어 성안을 지나가서 성 밖 선두원(禪頭園)에 머무르셨다. 파순국에 호성(豪姓)인 여러 화씨(華氏)가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오셨다는 말씀을 듣고 다 나와서 공손히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화씨들에게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이는 집을 다스리며 공손하고 검소하여 쓰는 것을 절약하느니라. 그가 받드는 것에 네 가지가 있으니, 행하면서 기뻐하느니라. 첫째는 부모와 처자를 공양하는 것이요, 둘째는 빈객과 노비(奴婢)를 지키는 것이요, 셋째는 친속(親屬)과 친구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요, 넷째는 임금․정신(正神)․사문․도사를 받들어 섬기는 것이니라. 이러한 것을 살 줄 안다[生知]고 이르나니, 몸을 온전히 하고 가정을 편안히 하며 힘을 얻고 물질을 얻어 재산이 풍족하고 명예를 날리며 죽어서는 하늘에 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화씨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모두 기뻐하며 물러갔다. 화씨의 아들 순(淳)이란 이가 혼자 남아 있다가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변변하지 못하오나 공양을 올리려고 하오니 제자들과 함께 위신(威神)을 거두시고 왕림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자비심으로 묵묵히 허락하셨다. 순이 기뻐하며 절을 하고 돌아가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집을 아름답게 꾸며 놓고 새벽에 자리를 차려 놓은 뒤에 다시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공양이 다 준비되었으니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소서.” 부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그 집에 가시어 높은 자리에 나아가 대중 앞에 앉으셨다. 순은 직접 진지를 나르고 발우를 받들어 올렸다. 그때에 한 심술궂은 비구가 음식을 먹고 나서 그릇을 가졌다. 부처님께서 이를 아시고 순도 또한 부처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을 알고 좋은 마음으로 공양하였으며, 물을 돌린 다음에 조그마한 좌상을 갖다 부처님 앞에 놓고 앉아 게송으로 여쭈었다.
자비하고 지혜스런 부처님께서 이미 건너서 피안에 이르셨으니 저희들의 온갖 의심 끊어 주소서. 사문들은 몇 가지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순에게 말씀하셨다. “사문은 네 가지 무리가 있으니 마땅히 잘 알아라. 첫째는 도를 행하여 뛰어난 것이고, 둘째는 도를 통달하여 말하는 것이며, 셋째는 도를 의지하여 생활하는 것이고, 넷째는 도를 더럽히는 짓을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뛰어나다고 하는가? 부처가 말한 법은 헤아릴 수 없거늘 능히 행하여 비교할 수 없으며 마음과 태도를 항복 받고 법을 위해 근심하고 두려워하며 법의 도사가 되어 세간을 인도하나니, 이러한 사문들을 ‘가장 뛰어나다’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능히 말한다고 하는가? 부처가 찬탄하는 미묘한 법을 체득하여 그 뜻을 알고 행하고 의심하지 않으며, 또한 능히 다른 사람을 위하여 도법을 연설하나니, 이러한 사문들을 ‘말하는 데 민첩하다’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도에 의지한다고 하는가? 생각을 스스로 지키는 데 두어서 부지런히 학업을 닦으며 한결같이 물러남이 없고 부지런하여 마음을 놓지 않고 법으로써 스스로 기르나니, 이런 사문들을 ‘생활(生活)을 안다’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더럽힌다고 하는가? 즐거워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고 종성(種姓)에 의지하고 믿어서 오직 나쁜 행을 일삼아 대중의 물의를 일으키며 부처님의 말씀을 공경하지 않고 또한 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니, 이러한 사문들을 ‘도를 더럽히는 짓을 한다’고 하느니라. 무릇 사람이 보고 듣고 장차 도에 있어서 깨끗한 지혜를 배운다고 말하는 이들이 이와 같을 뿐이니라. 이 가운데 참된 자도 있고 거짓된 자도 있으며, 착한 이도 있고 나쁜 이도 있으므로 하나로 하여 같을 수 없느니라. 저 착하지 못한 이는 현자(賢者)를 비방하나니 그러므로 부처의 율법에 나쁜 이를 내쫓게 하였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곡식 가운데 잡초가 있어서 뽑아 버리지 않으면 곡식을 해치는 것과 같으니라. 세상에도 이런 무리가 많아서 안으로는 더러운 것을 품고도 밖으로는 깨끗한 체하느니라. 만일 복 지을 줄 아는 이는 굳은 신심으로 도를 받들지만 끝내 저들에게 한탄하고 원한의 생각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한편 착함을 아는 이는 몸을 닦고 나쁜 것을 멀리하여 욕심․성냄․어리석음 따위를 버리므로 도를 빨리 얻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니 순은 기뻐하였다.
↔ 세속제(世俗諦). 또는 진제(眞諦)ㆍ제일의제(第一義諦). 승의는 수승한 지혜의 대경, 제는 제리(諦理)라고도 하니, 변치 않는 진리를 말함인데, 진실한 것, 허망치 않은 것, 그대로의 진상 등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하나, 여기서는 성교(聖敎)가 나타내려 하며, 또는 증오(證悟)의 실체인 진리를 말함.
■ 영-중-일-범-팔-불어 관련-퀴즈 [wiki-bud]Ryōkan [san-chn]
dvi-vyañjana 二形, 二根, 女男根 [san-eng]
raghunāthāya $ 범어 to the lord of ṛaghus [pali-chn]
sota-āpatti-phala 須陀洹果, 預流果 [pal-eng]
nipphanna $ 팔리어 pp. of nipphajjatiwas produced; sprung forth; resulted; happened. [Eng-Ch-Eng]
圓融宗 Yuanrong zong; the school of perfect interfusion. Another name for the Huayan school 華嚴宗. [Muller-jpn-Eng]
語密 ゴミツ esoteric speech [Glossary_of_Buddhism-Eng]
YELLOW HATS☞ “Members of the Gelug-pa Order of Tibetan Buddhism. Editor: na #0394
41 중생들이 악해서 착하지 않은 일을 일으키고 도깨비로 비방하고 저주하여 원수가 맺어질 때 지성으로 대비주를 소리내 외우면 도깨비 귀신은 도리어 본인에게 돌아가 붙으며 ● 호로호로마라 呼嚧呼嚧摩囉<四十一> hu ru hu ru ma ra
『불설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
♣0294-001♧
11 바리보라나 아나 나삼바 라 波哩布囉拏<二合>惹拏<二合>曩三婆<引>囉<十一>
『성관자재보살일백팔명경』
♣112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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